바람을 맞으며 음악과 함께 길을 달리는 것만큼 자유로운 순간은 드물다. 자동차 한 대와 마음만 있다면 어디든 떠날 수 있는 드라이브 여행은 그 자체로 목적이 된다. 특히 국내에는 사계절의 변화와 지형의 다양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드라이브 명소들이 많다. 도시에서 잠시 벗어나 자연을 따라 달리는 길, 그 길 끝에 소소한 쉼과 새로운 풍경이 기다리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계절과 상관없이 즐길 수 있는 국내 드라이브 여행지 세 곳을 소개한다. 해안선을 따라 시원하게 펼쳐지는 길, 산과 호수가 조화를 이루는 풍경, 그리고 도심을 벗어나 감성적인 시골길을 달리는 코스까지. 차창 밖으로 스치는 장면들 속에서 우리는 다시 여행의 감각을 깨닫게 된다.
해안선 따라 펼쳐지는 낭만, 강릉 헌화로 드라이브 코스
강원도 강릉에 위치한 헌화로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해안 드라이브 명소다. 정동진에서 시작해 영진항까지 이어지는 이 도로는 동해 바다를 바로 옆에 두고 달릴 수 있어 ‘바다 옆 도로’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해안선을 따라 굽이굽이 이어지는 이 도로는 특히 일출 시간대에 장관을 연출한다. 도로 한쪽은 철길이, 다른 한쪽은 파도가 부딪히는 바위가 있어 드라이브 내내 시각적 몰입감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도로와 바다가 너무 가까워 마치 바다 위를 달리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며, 중간중간 차를 멈추고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도 잘 마련되어 있다. 이곳은 혼자 혹은 연인과 함께하는 감성 여행지로도 좋지만, 가족 단위의 여행객들에게도 인기다. 중간 경유지로 정동진역, 심곡바다부채길, 주문진 등 다양한 관광지와도 연결되어 있어 단순히 ‘차를 타고 달리는’ 여행 이상의 경험을 제공한다. 봄에는 푸른 하늘과 물빛이 조화롭고, 여름엔 차창을 열고 바람을 맞는 쾌감이 있다. 가을과 겨울에도 바다의 색이 짙어져 계절별로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헌화로는 자연의 드라마틱한 아름다움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드라이브 코스로, 도심 속에서 잊고 지내던 감각을 다시 깨워주는 길이다.
호수와 산이 어우러진 풍경, 충북 제천 청풍호반도로
청풍호반도로는 충청북도 제천시에 위치한 호수 주변 드라이브 코스다. 이 도로는 청풍호를 중심으로 U자형으로 휘어진 구간이 이어지며, 호수를 감싸듯 달리는 길이 인상적이다. 청풍호는 다목적 댐 건설로 생긴 인공호수지만 그 풍경만큼은 천연 호수 못지않다. 물길 옆을 따라 달리다 보면 탁 트인 호수 전망과 울창한 산림이 조화를 이루는 풍경이 계속 이어진다. 특히 날씨가 맑은 날이면 호수에 비친 구름과 산의 실루엣이 마치 수묵화처럼 펼쳐져 운전 내내 감탄을 자아낸다. 청풍호반도로의 또 다른 매력은 다양한 정차 포인트다. 드라이브 중간에 청풍문화재단지나 청풍랜드에 들러 역사와 문화, 액티비티를 함께 즐길 수 있고, 전망 좋은 카페들이 곳곳에 있어 휴식을 취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가을에는 단풍이 길 전체를 물들이며, 겨울에는 고요한 설경이 인상적이다. 밤이 되면 조명이 호수를 은은하게 비추어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한다.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자연과 가까이 호흡하며 조용히 드라이브를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청풍호반도로는 완벽한 선택지다.
도심을 벗어난 감성의 길, 전북 임실 옥정호 출렁다리 드라이브
임실의 옥정호는 최근 SNS에서 조용히 입소문이 나며 주목받는 드라이브 코스다. 전북 임실과 정읍 사이를 가로지르는 이 길은 호수를 따라 이어진 시골 도로 위로, 자연이 만들어낸 수묵화를 달리는 듯한 감성을 선사한다. 특히 옥정호 출렁다리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드라이브는 물론, 가볍게 차를 세우고 풍경을 감상하거나 산책을 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드라이브 코스로서의 장점은 도로 폭이 좁지 않으면서도 차량 통행량이 많지 않아 여유로운 주행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초여름이면 연두색 나뭇잎들이 생기를 불어넣고, 가을에는 붉고 노란 단풍이 호수를 따라 퍼지며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길 주변에는 로컬 카페와 농산물 직판장, 그리고 간간이 보이는 전통 가옥들이 함께 있어, 시골길 특유의 따뜻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 코스의 가장 큰 매력은 ‘아무 생각 없이 달릴 수 있는 길’이라는 점이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낯선 공간에서 나를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그런 드라이브. 옥정호 드라이브는 감성적인 리셋이 필요한 이들에게 가장 조용한 답이 될 수 있다.
드라이브는 목적지를 위한 이동이 아니라, 그 자체가 여행이 되는 순간이다. 강릉의 헌화로에서는 바다와 함께 달리는 짜릿함을, 제천 청풍호반도로에서는 자연이 선물하는 여백의 미를, 임실 옥정호에서는 아무 말 없이 풍경을 바라보는 감정을 만날 수 있다. 자동차 창문을 열고 달리는 그 짧은 시간 안에도 우리는 충분히 회복될 수 있다. 이번 주말, 먼 곳이 아니더라도 차 한 대로 시작할 수 있는 여행을 계획해보자. 그 길 위에서 나도 몰랐던 감정이 깨어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