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현재, 사람들은 사진 한 장보다 영상 몇 초에 더 큰 의미를 두기 시작했다. SNS를 켜면 릴스나 쇼츠가 피드를 가득 채우고, 그 속에는 짧지만 강렬한 장면들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포토존’이다. 단순히 예쁜 벽이나 장식이 아니라, 몇 초 안에 공간의 분위기를 완벽히 전달할 수 있는 장소. 조명, 색감, 구조, 배경음까지 어우러져 영상 한 컷만으로도 감정을 전할 수 있는 곳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2025년 실제로 운영 중이며,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릴스에서 자주 언급되는 짧은 영상용 포토존이 많은 장소들을 중심으로, 각 공간이 가진 촬영 매력과 트렌드를 자세히 살펴본다.

서울, 감성과 콘셉트가 공존하는 공간
서울은 여전히 포토존 트렌드의 중심이다. 특히 성수동은 공간 자체가 영상에 어울리도록 디자인된 곳이 많다. 성수의 어니언은 이미 수년째 영상 콘텐츠의 상징적인 장소로 꼽힌다. 햇살이 스며드는 벽돌 건물, 높은 천장, 그리고 테이블 위의 커피잔 하나까지도 프레임 안에서 완벽한 구도를 만들어낸다. 실제로 릴스에서 “조용한 아침”이나 “커피 루틴” 같은 키워드로 올라오는 영상의 상당수가 어니언에서 촬영된 것이다. 빛의 방향과 시간대에 따라 영상 색감이 달라지기 때문에 크리에이터들이 하루에도 여러 번 촬영 타임을 바꾸어 방문할 정도다.
익선동의 펠른카페는 한옥과 현대미가 결합된 포토존으로 유명하다. 처마 아래로 떨어지는 햇살, 나무 질감, 그리고 유리잔에 반사되는 빛이 짧은 영상 속에서도 깊이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 포토존은 따로 설치된 공간이 아니라, 좌석 배치와 조명 자체가 이미 ‘촬영을 전제로 한 구조’다. 조명이 눈부시지 않고, 영상에 담았을 때 피부톤이 자연스럽게 표현되는 것도 큰 장점이다. 펠른은 특히 오후 시간대 따뜻한 햇살이 창문을 통해 들어올 때 가장 아름답게 영상이 완성된다.
연남동의 하이웨스트는 트렌디함의 대명사다. 흰색 벽, 그린 식물, 심플한 테이블 세팅이 어우러져 영상에 노이즈가 없고, 감각적인 화면 구성이 가능하다. 릴스나 틱톡에서 ‘연남 감성’, ‘미니 브이로그’ 등의 해시태그로 자주 등장하는데, 실제 방문객들이 커피를 내리거나 책장을 넘기는 순간을 촬영하는 경우가 많다. 공간의 분위기가 차분하기 때문에 움직임이 과하지 않아도 영상이 자연스럽게 완성된다.
부산, 빛과 공간이 만드는 입체적인 무드
부산은 영상 속에서 가장 역동적인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도시다. 바다의 움직임, 바람의 흐름, 도시의 조명—all of these가 영상의 배경이 된다. 해운대의 웨이브온은 통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바다가 가장 큰 포토존이다. 영상 속에서는 커피잔 뒤로 파도가 잔잔히 밀려오고, 빛의 반사가 유리잔에 스며들며 장면이 자연스럽게 살아난다. 특히 일몰 직전의 시간대는 웨이브온의 하이라이트다. 카메라를 고정하지 않고 손으로 천천히 움직이기만 해도 완성도 높은 영상을 얻을 수 있다.
전포동의 마마돈크는 도시 감성 포토존으로 꾸준히 사랑받는다. 이곳은 카페이면서 동시에 ‘도심 속 작은 스튜디오’ 같은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벽면마다 다른 질감의 색채가 적용되어 있고, 유리 반사와 조명이 부드럽게 조화를 이루어 인물 중심의 촬영이 매우 잘 나온다. 밤에는 조명의 톤이 따뜻하게 변해, 릴스에서 ‘야간 감성 브이로그’로 자주 사용된다. 최근에는 영상 제작자들이 제품 리뷰나 인터뷰 촬영을 위해 예약을 걸어둘 정도로, 영상 친화적인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광안리 일대의 카페 트루왈츠는 루프탑 포토존으로 유명하다. 낮에는 바다를 배경으로 한 시원한 화면, 밤에는 네온사인과 조명이 어우러진 몽환적인 화면을 만들어낸다. 영상 속에서 인물이 움직일 때마다 바다의 색이 변하고, 바람의 흐름이 머리카락과 옷자락을 흔드는 모습이 감각적으로 표현된다. 이런 자연스러운 동적인 배경은 릴스와 쇼츠에서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제주, 자연이 만들어주는 완벽한 프레임
제주는 짧은 영상의 본질인 ‘짧지만 강렬한 감정’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다. 애월의 봄날카페는 말 그대로 제주 감성의 중심이다. 탁 트인 바다, 통유리창, 그리고 하얀 벽과 푸른 하늘이 한 프레임 안에서 완벽히 어우러진다. 영상으로 담으면 바람 소리와 파도 소리, 커피잔 부딪히는 소리가 자연스러운 리듬을 만들어낸다. 영상 속에서는 말이 거의 필요 없다. 풍경 자체가 모든 감정을 전달한다. 특히 봄날카페의 루프탑 좌석은 일출과 일몰 모두를 담기 좋은 포인트로, 하루 두 번의 완전히 다른 영상을 찍을 수 있다.
서귀포의 몽상드애월은 보다 정제된 감성을 보여준다. 회색 콘크리트 벽과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바다는 미니멀리즘의 정수를 보여주는 포토존이다. 영상 속에서는 공간의 여백과 인물의 움직임이 하나의 리듬을 만들어내며, ‘고요한 하루’, ‘차분한 분위기 브이로그’ 같은 콘셉트로 자주 사용된다. 실제로 광고형 영상이나 브랜드 룩북 촬영도 이곳에서 많이 진행되고 있다.
제주 동쪽의 브리드는 아날로그 감성 영상의 성지다. 다른 카페들과 달리 주변에 인공 구조물이 거의 없어, 영상에 방해 요소가 없다. 카메라를 돌리는 순간 푸른 하늘과 밭, 그리고 카페의 흰색 외벽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바람에 흔들리는 커튼이나 커피를 내리는 장면이 포토존 그 자체가 된다. 이곳은 영상용 장비를 들고 오는 유튜버와 인플루언서들의 방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으며, ‘배경이 말을 하는 공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포토존이 좋은 공간의 공통점과 영상의 공식
짧은 영상의 성공은 포토존의 완성도에 달려 있다. 사람들이 포토존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는 빛이다. 인공조명보다 자연광이 살아 있는 곳이 훨씬 더 따뜻하고 깊은 분위기를 낸다. 어니언이나 봄날카페가 사랑받는 이유도 바로 그 자연광 덕분이다. 두 번째는 여백이다. 복잡하지 않은 구조, 단색 벽면, 그리고 비워진 공간이 카메라 안에서 피사체를 돋보이게 만든다. 세 번째는 질감이다. 벽돌, 나무, 금속, 유리처럼 다양한 질감이 어우러지면 영상의 깊이가 커진다.
2025년에는 인위적인 포토존보다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풍경’이 더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예전에는 네온사인과 장식물이 가득한 공간이 인기였지만, 지금은 따뜻한 조명과 간결한 구도가 선호된다. 영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간이 주는 리듬이다. 커피잔을 내려놓는 소리, 창문을 여는 손짓, 바람에 흔들리는 식물의 움직임. 이런 디테일이 짧은 영상에 감정을 부여한다.
짧은 영상의 시대에 포토존은 단순히 사진을 찍는 공간이 아니라 감정을 기록하는 무대가 되었다. 서울의 어니언과 펠른처럼 도시의 감성을 담은 공간, 부산의 웨이브온과 마마돈크처럼 빛과 구조가 어우러진 장소, 제주의 봄날카페와 브리드처럼 자연이 프레임이 되는 공간은 모두 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영상 안에서 ‘이야기’를 만든다. 사람들은 이제 포즈보다 움직임을, 정지된 배경보다 변화하는 빛을 담으려 한다.
2026년을 향해 가는 지금, 포토존의 의미는 완전히 바뀌었다. 예쁘게 꾸며진 벽 앞에서 서는 대신, 공간이 가진 온도와 질감을 짧은 영상 안에 담는 시대다. 결국 좋은 포토존이란, 빛과 소리, 공기까지 함께 담길 수 있는 장소다. 카메라를 켜는 순간, 그 공간은 더 이상 배경이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