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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 산책하기 좋은 조용한 골목과 동네 시장

by 모양이슈로그 2025. 8. 24.

관광지를 벗어나 일본의 일상 속을 걸어보고 싶다면, 사람들의 삶이 묻어 있는 골목과 동네 시장은 최고의 여행지가 됩니다. 최근 관광객들이 몰리는 일본에서는 북적이지 않고 조용히 산책할 수 있는 소도시 골목과 생활형 시장이 여행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산책’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일본의 세 곳을 소개합니다. 명소가 없어도, 오히려 그래서 더 특별한 공간들입니다.

 

일본 골목과 시장 관련 사진

나가사키의 시타마치, 그라바엔 언덕 아래의 골목들

나가사키는 외국 문물과 전통 일본 문화가 자연스럽게 섞인 도시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행자는 평화공원이나 차이나타운만 둘러보고 떠나곤 하죠. 진짜 나가사키의 정서는 그라바엔(グラバー園) 언덕 아래의 골목들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지역은 에도 말기부터 메이지 시대에 걸쳐 서양인 거주지로 형성된 곳으로, 지금도 그 분위기가 남아 있어 서양풍 기와지붕과 목조 가옥, 일본식 골목길이 묘하게 뒤섞여 있습니다. 특히 오란다자카(オランダ坂)라고 불리는 비탈길은 빗물에 반짝이는 석판 길과 커브가 인상적이며, 아침 산책에 제격입니다.

이 골목의 매력은 작은 찻집과 헌책방, 동네 식당들이 오랜 세월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입니다. 현지인이 애용하는 식당에서 카스도스(나가사키 전통 과자)나 샴펀 가스(지역 음료)를 맛보며 잠시 머물다 보면 관광이 아니라 삶 속에 들어온 느낌이 들기도 하죠.

이 일대는 새벽이나 이른 아침에 방문하면 사람 없는 조용한 골목을 혼자서 온전히 음미할 수 있습니다. 언덕길 끝에 다다르면 바다가 살짝 보이는 풍경이 기다리고 있어 산책의 마지막을 포근하게 마무리해 줍니다.

가고시마 텐몬칸 시장 골목, 남국의 활기 속을 걷다

가고시마는 규슈 최남단에 위치한 도시로 화산과 온천, 흑돼지 요리로 유명하지만 그 일상적인 풍경은 텐몬칸 상점가(天文館商店街)와 그 주변 골목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텐몬칸은 지붕이 덮인 아케이드 상점가로 일본식 쇼핑 골목의 전형이지만, 그 옆으로 뻗어 나간 작은 골목길들이 이 지역의 진짜 보석입니다. 전통 식재료 가게, 이발소, 우동 전문점, 다코야키 노점 등이 모두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어 걸을수록 흥미롭고 따뜻한 감성이 가득합니다.

이곳의 아침은 특히 추천할 만합니다. 이른 시간, 가게 셔터가 하나둘 열리면서 시장 상인들이 물건을 정리하고 인사를 건네는 풍경은 일본 드라마에서나 보던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합니다. 관광객이 적은 시간대라 오히려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눈을 마주치고 짧은 인사도 나누게 되죠.

시장 골목 중간중간에는 작은 신사, 오래된 주택, 벽화 골목 등이 숨어 있어 의도치 않은 발견이 연속되는 산책이 가능합니다. 규슈의 남국 정서와 함께 느긋하게 걷는 골목 여행은 일상의 틈을 마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됩니다.

이시카와현 고마쓰 거리, 정갈한 일상과 마주하는 공간

혼슈의 중북부에 위치한 이시카와현 고마쓰시(小松市)는 관광지로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걸어서 느끼기 가장 좋은 조용한 일본식 동네입니다. 이곳의 구시가지는 지금도 에도 시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는 골목이 많으며, 상점보다는 거주지와 오래된 가정식당, 전통 주택이 늘어서 있는 거리가 중심입니다.

특히 ‘우오신 거리(魚新通り)’는 옛 상점가가 리노베이션 되어 갤러리와 작업실, 소규모 카페로 바뀐 곳으로, 현지 젊은 예술가들의 감각이 묻어난 공간입니다. 길 자체는 매우 조용하지만 들여다보면 하나하나의 가게가 작은 이야기와 취향을 품고 있는 공간이라 산책의 속도가 저절로 느려집니다.

이 지역은 가게 간판도 대부분 손글씨로 되어 있고, 골목길 사이사이엔 작은 정원이 숨어 있거나 벽을 타고 흐르는 수로가 있어 걷는 이의 마음을 가볍게 해줍니다. 지역 노인의 안부 인사, 자전거를 탄 아이들의 웃음, 이런 작은 일상이 산책의 하이라이트가 되는 곳입니다.

고마쓰는 가나자와에서 전철로 30분 거리이며, 비교적 관광객이 적어 일본의 ‘조용한 오늘’을 천천히 바라볼 수 있는 귀한 공간입니다.

 

여행은 꼭 많은 것을 보고, 먹고, 찍어야만 하는 게 아닙니다. 그저 조용히 걸으며 사람 사는 모습을 구경하고, 낯선 골목에서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한결 부드러워집니다. 2025년 일본 여행, 이제는 유명 관광지보다 사람이 살고 있는 그대로의 공간을 느끼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번 여행은 목적 없이 걷는 여행으로, 기억에 오래 남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