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시작을 여행지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어쩌면 여행 전체를 결정짓는 감성의 순간일지도 모릅니다. 일본의 소도시는 관광객도 현지인도 적어 조용한 아침을 맞이할 수 있는 곳이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현지인과 같은 일상을 경험할 수 있는 아침 코스가 큰 인기를 얻고 있기도 합니다. 아침 코스가 좋은 여행을 위해 맛있는 로컬 조식 + 아침 산책이 가능한 일본 소도시 3곳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사람들로 붐비기 전, 조용한 거리와 따끈한 한 끼로 당신의 일본 여행을 특별하게 열어보세요.
시즈오카 시미즈 어시장 – 생선구이 조식과 항구 아침 산책
시즈오카현 시미즈항은 도쿄에서 신칸센과 버스를 타고 약 2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조용한 항구 도시입니다. 이곳의 시미즈 어시장 ‘카시노이치(河岸の市)’는 현지인들이 아침 장을 보기 위해 모이는 생생한 공간이자, 신선한 해산물 조식을 맛볼 수 있는 최고의 장소입니다.
시장 내부의 식당가에서는 정성스럽게 구운 금눈돔, 생참치 회 정식, 미소 된장국, 제철 채소 반찬이 함께 나오는 일본식 가정식 아침 세트를 1,000엔 안팎으로 즐길 수 있으며, 하루의 시작을 건강하게 열 수 있는 구성이 인상적입니다.
식사 후엔 항구 주변을 천천히 걸어보세요. 적당히 부른 배와 함께 걷다보면 갈매기 소리와 함께 새벽부터 배를 정리하는 어부들의 모습, 갓 잡은 생선을 손질하는 풍경이 이어지는 리얼한 일본의 아침 풍경이 펼쳐집니다. 특히 아침 안개가 걷히며 보이는 후지산의 실루엣은 운이 좋다면 감동적인 하루의 시작이 되어줍니다.
마쓰모토 나와테 거리 – 전통 거리 따라 아침빵과 커피 한잔
나가노현 마쓰모토는 국보 마쓰모토성을 품은 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조용하고 정겨운 아침을 즐기기엔 나와테 거리(縄手通り)가 제격입니다. 작은 상점과 민가들이 이어지는 이 거리는 아침 시간이 되면 마치 일본 소도시의 그림 엽서처럼 변합니다.
이곳에는 오랜 전통을 지닌 수제 베이커리와 로컬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커피숍이 몇 군데 있어 따끈한 앙버터빵과 드립커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창을 통해 쏟아지는 햇살과 커피 향에 젖은 나무 테이블의 감촉, 가끔씩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현지인의 모습은 바쁜 도시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여유로운 아침을 선사합니다.
길을 따라걷다보면 산책은 인근의 ‘중강 하천길(女鳥羽川)’을 따라 이어집니다. 작은 물고기가 보일 정도로 맑은 강물, 물가에 핀 야생화, 그리고 조용히 앉아있는 동네 고양이들. 그 모든 것이 어우러진 이른 아침 산책은 마음속 긴장을 천천히 녹여줍니다.
아사히카와 7조 시장 – 홋카이도식 아침 정식과 시장의 소리
홋카이도 아사히카와는 삿포로보다 한적하지만, 여전히 도시의 편리함과 시골의 따뜻함이 공존하는 곳입니다. 특히 7조 시장(7条緑道市場)은 현지 주민들이 장을 보는 생활형 시장으로, 홋카이도 특유의 아침 풍경과 식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명소입니다.
시장 안에 위치한 ‘다이치노쇼쿠도(大地の食堂)’는 홋카이도산 연어, 대구알, 성게 등을 활용한 정식을 아침부터 판매하며, 밥 위에 가득 올라간 회와 따끈한 된장국, 절임 반찬의 조합은 눈과 입이 동시에 깨어나는 경험을 줍니다. 생선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그야말로 최고의 아침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른 시간부터 상인들이 분주히 물건을 정리하고, "오하요~" 라는 아침 인사가 오가는 시장의 분위기는 여행자에게는 낯설고도 정겨운 하루의 시작입니다. 이곳에선 슈퍼가 아닌 진짜 ‘살아 있는 시장’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식사 후에는 아사히카와 시내 중심을 따라 이어진 ‘7조 녹도 공원길’을 산책해 보세요. 직선으로 뻗은 나무길과 바람에 흔들리는 가로수 소리, 그리고 손에 남은 따뜻한 밥 냄새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여행의 아침이 됩니다.
여행지의 아침은 사람들로 붐비기 전의 조용함, 햇살이 막 내리기 시작하는 그 순간의 감성, 그리고 첫 끼로 채워지는 따뜻함이 함께 어우러져 완성됩니다.
관광 명소보다 먼저 그 도시의 진짜 하루가 시작되는 곳에서 하루를 열어보세요. 그 기억은, 여행이 끝난 후에도 당신의 마음속에서 은은히 살아남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