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나라가 아닙니다. 그들의 커피 문화는 정갈함, 섬세함, 일상 속 여유와 깊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일본에는 개성 있는 로스터리 카페와 감성적인 동네 커피숍이 늘고 있으며, 이들을 찾아다니는 ‘커피 여행’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로컬 감성 가득한 일본의 커피 공간 3곳을 소개합니다. 향기로운 한 잔 속에서, 당신만의 여행의 속도를 찾아보세요.
1. 도야마 로스터리 카페 트레이스(TRACE) – 눈 내리는 북쪽 도시에서의 깊은 향
혼슈 북부, 일본해에 인접한 조용한 도시 도야마. 이곳에는 많은 관광객이 찾는 유명 명소는 없지만, 그 조용함 속에서 TRACE COFFEE ROASTERS 같은 특별한 공간을 만날 수 있습니다.
TRACE는 도야마 출신의 젊은 바리스타가 직접 원두를 수입하고 로스팅하며 운영하는 1인 운영 로스터리 카페로, 가게 내부는 나무의 결이 살아 있는 인더스트리얼 스타일과 직접 제작한 원목 가구로 꾸며져 있어 마치 작은 갤러리에 들어온 듯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에티오피아 내추럴 싱글 오리진 핸드드립으로, 가볍지만 풍부한 과일향이 감도는 커피 한 잔은 도야마의 겨울, 창밖에 소복이 내리는 눈을 배경으로 마시기에 더없이 잘 어울립니다. 주인은 말이 많지 않지만, 원두와 추출 방식에 대해 물으면 조용히, 하지만 깊이 있게 설명해 줍니다.
TRACE는 도야마역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있어 도시 산책 중 들르기에 좋은 위치에 있습니다. 커피를 마시며 흐르는 재즈 음악과 함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은 여행자에게 완벽한 장소입니다.
2. 다카마쓰 커피빈스 시티 – 상점가 속 숨은 카페 탐험
시코쿠 가가와현의 중심도시 다카마쓰는 우동으로 유명하지만, 최근에는 로컬 로스터리 카페들이 모여 커피 마니아들의 성지로도 떠오르고 있습니다.
다카마쓰의 상점가 ‘마루가메마치 상점가(丸亀町商店街)’에는 COFFEEBINSCITY라는 이름으로 여러 로스터리 카페가 함께 브랜드를 구성하고 있으며, 각기 다른 개성과 로스팅 방식, 인테리어를 갖춘 카페들을 하나의 루트로 연결해 탐방할 수 있도록 기획하고 있습니다.
그 중 ‘솔트커피(SALT COFFEE)’는 소금이 들어간 바닐라 라떼로 유명하며, 짭짤한 첫맛과 이어지는 깊은 단맛이 묘하게 중독적인 맛을 줍니다. 또 다른 카페 ‘도토리(DOTORI)’는 한옥 느낌의 인테리어와 함께 직접 구운 쿠키와 함께 드립 커피를 제공해, 현지 젊은 층과 여행자 모두에게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상점가 특유의 활기와 일상 속 편안함이 느껴지는 이 공간은 커피라는 키워드로 도시를 새롭게 경험하게 만들어줍니다. 반나절 정도 커피 루트를 따라 산책하며 자신의 취향을 찾는 재미가 있는 여행 코스입니다.
3. 가고시마 카페 루트 커넥션 – 남쪽 끝 도시의 남국 커피 감성
규슈 최남단 가고시마는 활화산 사쿠라지마와 흑돼지로 유명한 도시지만, 최근 몇 년간 감각적인 카페들이 생기며 남쪽 감성을 품은 커피 도시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있는 루트 커넥션(Route Connection)은 해변에서 도보 5분 거리의 작은 골목에 숨어 있는 로스터리 카페로, 내부는 열대 식물과 어울리는 내추럴한 분위기, 창밖으로는 느릿한 바닷바람이 지나가는 곳입니다.
이곳은 특히 콜드브루 라인의 다양성이 눈에 띄는데, 여름철 한정으로 선보이는 히비스커스 콜드브루는 커피와 허브티의 중간쯤 되는 독특한 음료로, 가볍고 상큼하면서도 커피의 바디감을 놓치지 않는 이 카페만의 시그니처 메뉴입니다.
주말 오후엔 종종 로컬 밴드의 미니 공연이 열리며, 카페 내부의 벽면은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으로 채워집니다. 단순한 커피숍이 아니라 문화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지닌 커뮤니티 허브로서의 역할도 하는 곳입니다.
가고시마 중심부와 가깝지만 관광지와는 살짝 떨어져 있어 조용하고 여유롭게 머무를 수 있는 이곳은 바쁜 여행 중 한 템포 쉬어가는 완벽한 커피 정류장입니다.
여행 중에 마시는 커피 한 잔은 단순한 음료를 넘어 그 도시의 공기, 사람, 감성을 함께 담고 있습니다. 일본의 로컬 커피 공간들은 정성스럽게 볶은 원두처럼 작고 섬세한 여행의 맛을 만들어줍니다.
빠르게 지나치지 말고, 잠시 멈춰 그 향을 느껴보세요. 그 한 모금이, 여행의 분위기를 바꾸는 시작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