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점점 높아지고,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여름이 되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합니다. “오늘은 시원한 카페에 가고 싶다.” 뜨거운 햇살을 피해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차가운 공기와 커피 향이 맞이하는 카페의 풍경은 여름의 피로를 단숨에 녹여줍니다. 특히 서울에는 여름철을 맞아 쾌적한 실내 온도와 청량한 인테리어, 그리고 시원한 음료 메뉴로 완성된 ‘여름 맞춤형 공간’들이 많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로 운영 중이며 여름철 방문객들에게 인기가 높은 서울의 시원한 카페 세 곳을 소개합니다.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햇살이 비치지만 공기는 차분하고, 얼음이 녹는 소리마저 감성적으로 들리는 곳들입니다. 냉방 이상의 여유와, 계절을 잠시 멈추는 듯한 시간의 흐름이 공존하는 여름 속의 오아시스를 만나보세요.
유리온실 속 시원한 그늘, 성수의 ‘카페 레이어57’
서울 성수동은 트렌디한 거리로 유명하지만, 여름철엔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차기 마련입니다. 그럴 때 한적한 골목 끝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카페 레이어57(Layer57)입니다.
이곳은 대형 유리창으로 둘러싸인 구조이지만, 내부는 식물과 원목이 어우러져 공기가 시원하게 느껴지는 독특한 공간입니다. 마치 온실 같지만 냉방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밖은 30도가 넘는 날에도 실내는 쾌적합니다. 천장 가까이 매달린 식물들이 햇빛을 자연스럽게 차단하며, 햇살은 부드럽게 산란되어 따뜻한 빛만 남습니다.
인테리어는 그린 톤과 라탄 소재로 꾸며져 있으며, 커다란 창가석은 성수의 거리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여름 한낮에는 빛이 실내를 가득 채우지만, 유리창을 타고 들어오는 바람과 냉풍이 어우러져 상쾌한 공기가 흐릅니다.
대표 메뉴는 ‘콜드브루 블렌드’와 ‘라임 모히토 에이드’. 콜드브루는 자체 로스팅 원두로 추출해 깊고 진한 풍미를 자랑하며, 라임 모히토 에이드는 민트와 라임의 조화로 여름철 청량감을 극대화합니다. 디저트로는 ‘코코넛 밀크 젤리’와 ‘망고 크림 타르트’가 인기입니다.
레이어57의 또 다른 장점은 조용한 분위기입니다. 성수의 번화가와 살짝 떨어져 있어 여름철에도 비교적 한적합니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식물 사이를 스치는 바람 소리와 잔잔한 음악을 듣고 있으면, 도시의 열기와는 전혀 다른 계절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듭니다.
카페 레이어57은 단순히 시원한 공간이 아니라, 여름의 무더위를 감각적으로 식히는 힐링형 카페로 손꼽힙니다.
도심 속 바다를 닮은 감성 공간, 한남동 ‘씨솔트 카페’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자리한 씨솔트 카페(Sea Salt Café)는 여름이 되면 마치 해안 도시의 한가운데에 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흰색과 푸른색이 주조를 이루는 인테리어, 바다 소리를 연상시키는 음악, 그리고 시원한 바람이 흐르는 테라스가 여름철 최고의 피서지로 만들어줍니다.
입구를 지나면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바다를 형상화한 인테리어입니다. 푸른 타일 벽과 흰색 목재 천장, 그리고 곳곳에 배치된 유리병과 조개껍데기 장식이 어우러져 여름의 감성을 극대화합니다. 카페 내부는 고효율 냉방 시스템이 적용되어 항상 서늘하며, 창문이 넓게 열려 있어 자연 바람도 느낄 수 있습니다.
씨솔트 카페의 대표 메뉴는 이름 그대로 ‘솔티 크림 라떼’입니다. 고소한 커피 위에 천일염 크림을 얹은 음료로, 달콤하면서도 약간의 짠맛이 어우러져 독특한 시원함을 줍니다. 여름 한정 메뉴로는 ‘청귤 스파클링’과 ‘시솔트 아이스티’가 인기입니다. 청귤 스파클링은 입안에서 터지는 탄산감과 과일의 상큼함이 더위를 단번에 날려줍니다.
이곳의 포인트는 테라스석입니다. 외부에 있지만 전면이 유리 캐노피로 덮여 있고, 미스트 냉풍기가 설치되어 있어 폭염에도 쾌적합니다. 테라스 옆 작은 분수에서는 물소리가 흘러나오고, 천천히 회전하는 팬 덕분에 바닷바람 같은 공기가 퍼집니다.
저녁이 되면 노을이 비치며 실내 조명이 따뜻하게 변합니다. 낮에는 시원하고 청량한 공간이었다면, 밤에는 해변의 바를 연상시키는 분위기로 바뀝니다. 여름의 끝자락을 감각적으로 즐기고 싶다면, 씨솔트 카페는 그 여름의 감성을 가장 세련된 방식으로 표현하는 공간입니다.
푸른 나무와 시원한 음료가 어우러진 삼청동 ‘카페 라피스’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카페 라피스(Café Lapis)는 이름처럼 푸른빛이 감도는 여름의 공간입니다. 한옥의 전통적인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으로 리모델링되어, 뜨거운 여름에도 실내는 시원하고 고요합니다.
입구를 지나면 마당 한가운데 작은 연못이 있고, 그 위로 나무 그늘이 드리워져 있습니다. 연못가 주변에는 원목 의자와 테이블이 배치되어 있어 자연스러운 피서 공간이 됩니다. 실내는 한옥 특유의 높은 천장 덕분에 통풍이 잘 되고, 에어컨의 바람이 고르게 퍼집니다.
라피스의 대표 메뉴는 ‘블루밍 에이드’와 ‘시원한 복숭아 아이스티’. 블루밍 에이드는 라벤더와 레몬, 민트가 어우러진 청량한 음료로, 눈으로 봐도 시원한 푸른빛을 띱니다. 복숭아 아이스티는 직접 끓인 시럽으로 만들어 달지 않고 깔끔한 뒷맛이 특징입니다.
카페 한쪽 벽에는 드라이플라워와 유리병이 진열되어 있으며, 여름에는 수국과 라벤더가 계절 장식으로 더해집니다. 창문을 열면 바람이 마당을 스치고, 새소리가 은은하게 들립니다. 냉방기와 자연의 바람이 함께 만들어내는 공기 덕분에, 실내 어디에 앉아도 덥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라피스는 조용한 분위기가 매력입니다. 삼청동의 번화가에서 조금 벗어난 골목에 위치해 있어, 여름 주말에도 북적이지 않습니다. 혼자 조용히 앉아 책을 읽거나, 차를 마시며 여름의 정취를 즐기기 좋습니다.
저녁에는 마당의 조명이 켜지며 연못 위로 불빛이 반사되어 더욱 시원한 느낌을 줍니다. 도심 속에서 잠시 계절을 잊고 싶은 사람들에게, 라피스는 여름의 피서지 그 자체입니다.
서울의 여름은 더운 대신, 감성적인 피서 공간이 많습니다. 성수의 카페 레이어57은 식물과 유리, 빛이 만들어낸 시원한 온실 공간이고, 한남동의 씨솔트 카페는 바다를 옮겨놓은 듯한 여름 감성의 결정체입니다. 삼청동의 카페 라피스는 자연의 바람과 한옥의 통풍이 어우러진, 도심 속의 고요한 피서지입니다.
이 세 곳의 공통점은 단순히 에어컨이 시원한 곳이 아니라, 공간 자체가 여름을 잊게 만드는 감성적인 피난처라는 점입니다. 차가운 음료 한 잔과 함께 머무는 동안, 외부의 열기와 소음이 멀어지고 오직 바람과 향, 그리고 여유만이 남습니다.
올여름, 단순히 더위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여름을 느긋하게 즐기고 싶다면, 오늘 소개한 세 곳의 카페 중 한 곳을 찾아가 보세요. 시원한 공기와 감각적인 인테리어, 그리고 여유로운 음악이 당신의 하루를 부드럽게 식혀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