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고 싶은 순간, 많은 이들이 제주도로 향한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제주 한달살기’는 단순한 여행을 넘어 삶의 방식과 리듬을 바꾸는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제주 한달살기의 매력은 느림과 여유, 그리고 지역 곳곳의 다채로운 풍경과 로컬의 삶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한달살기라고 해서 어디든 괜찮은 건 아니다. 삶처럼 살아야 하는 만큼, 숙소, 교통, 식사, 편의시설, 커뮤니티까지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 이번 글에서는 로컬도 추천하고 장기 체류자들도 사랑한 제주 지역 세 곳을 소개한다. 관광지만 둘러보는 것이 아닌, 진짜 ‘사는 듯한’ 한 달을 보내고 싶은 사람들에게 꼭 맞는 장소다. 각 지역의 분위기, 생활 환경, 매력 포인트까지 꼼꼼히 정리했다. 한달살기를 계획하고 있다면, 이 글을 먼저 읽고 어디에서 머물지 결정해보자.
왜 제주 구좌읍이 한달살기에 인기일까?
제주시 동쪽에 위치한 구좌읍은 최근 몇 년간 가장 주목받는 한달살기 지역 중 하나다. 애월이나 서귀포처럼 상업화된 지역과는 다르게, 구좌는 여전히 조용하고 로컬의 삶이 살아있는 동네다. 특히 세화리, 평대리, 월정리 일대는 ‘카페 거리’로도 유명하지만, 장기 체류자들에게는 그 이상의 가치를 준다. 해안도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을 하면 하루가 금세 지나가고, 동네 작은 식당이나 시장에서 만나는 정겨운 인심도 이곳의 매력이다. 구좌는 카페뿐 아니라 소규모 코워킹 스페이스, 프리마켓, 요가 클래스 등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이 잘 갖춰져 있어 혼자 와도 외롭지 않게 연결될 수 있는 환경이다. 또, 제주시 중심과 거리가 멀지 않아 차량 이동이 어렵지 않고, 버스 노선도 잘 갖춰져 있다. 무엇보다 매일 바라보는 바다 풍경이 변하지 않으면서도 지루하지 않다는 점이 구좌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이 지역에 한 달 이상 머문 사람들은 “그냥 계속 있고 싶어졌다”는 말을 자주 한다. 제주스러우면서도 과하지 않은 곳, 그것이 구좌다.
이렇게 지내보자 – 서귀포 동홍동 한달살기 플랜
서귀포시는 제주 남쪽에 위치한 대표 도시지만, 그중에서도 ‘동홍동’은 한달살기 거주지로 조용히 인기를 얻고 있는 곳이다. 관광객이 몰리는 중문이나 이중섭거리보다 생활 인프라가 좋고 조용한 주거 밀집지로, 장기 체류에 최적화된 환경을 갖췄다. 동홍동에 머물면 아침마다 걸을 수 있는 ‘정방폭포 산책로’, 오후에는 카페 골목과 재래시장을 둘러보며 지역의 리듬에 스며들 수 있다. 인근에 이마트, 병원, 로컬 식당, 문화센터 등이 도보 거리에 위치해 있어, 외지인이 장기간 머물기에도 전혀 불편함이 없다. 또한, 서귀포시는 도심임에도 불구하고 한라산과 바다의 조망이 동시에 가능하다는 점에서 풍경적으로도 만족도가 높다. 실제로 장기 임대 숙소가 다양하게 존재하고, 단기 임대 플랫폼보다 지역 커뮤니티를 통한 저렴한 렌트 정보도 활발하다. 하루하루 계획 없이 지내도 자연스레 리듬이 생기고, 그 안에서 자기만의 루틴을 만들 수 있는 곳. 동홍동은 ‘살기 위한 제주’에 가장 가까운 곳 중 하나다.
“내가 제주에서 산다면 여기일 거예요” – 애월읍 하귀리
애월은 이미 많이 알려진 곳이지만, 그중에서도 하귀리 일대는 조용하면서도 균형 잡힌 생활 환경으로 장기 체류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제주 공항과 비교적 가까워 접근성이 좋고, 바다와 들판, 주택가가 혼재된 독특한 풍경이 매력적이다. 하귀리는 애월 해안도로의 북쪽 끝자락에 위치해 있는데, 이곳에서는 매일 아침 바다 산책이 일상이고, 도보 거리에 위치한 로컬 카페, 농산물 가게, 구멍가게, 책방들이 마을 분위기를 완성시킨다. 특히 ‘한담해변’이 도보 15분 거리인 점은 산책을 일상화하기에 딱 좋은 조건이다. 숙소는 오래된 제주 주택을 개조한 한달살기 전용 하우스들이 많아, 감성적인 공간에서 머무르고 싶은 사람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인터넷, 냉난방, 취사시설이 완비된 풀옵션이라 워케이션 장소로도 손색없다. 하귀리의 가장 큰 매력은 ‘과하지 않음’이다. 적당한 인프라, 적당한 조용함, 적당한 자연. 그런 균형이 장기 체류를 지루하지 않게 만든다. “제주에 산다면 여기였으면 좋겠다”는 말을 듣는 이유다.
제주 한달살기의 성공은 목적지가 아니라 삶의 방식에 달려 있다. 바쁘게 보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머무는 것. 이번 글에서 소개한 구좌읍, 동홍동, 하귀리는 모두 그 기준을 충족하는 곳이다. 바다를 보며 일하고, 골목을 걸으며 사람을 만나고, 시장에서 저녁거리를 사고, 새소리에 잠드는 삶. 그런 경험이 가능한 곳은 의외로 많지 않다. 제주 한달살기는 단지 여행이 아니다. 그것은 잠시 다른 삶을 사는 실험이고, 회복이고, 발견이다. 이 글이 당신의 한달살기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