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공기 속에는 따뜻한 냄새가 숨어 있다. 찬 바람이 불 때마다 문득 떠오르는 향기, 바로 군고구마다. 단순히 간식으로만 여겨졌던 군고구마가 이제는 디저트의 세계로 옮겨와, 커피와 함께 즐기는 겨울 한정 메뉴로 자리 잡았다. 고구마의 달콤함과 고소함, 그리고 구워졌을 때만 느껴지는 향은 어느 계절보다 따뜻한 감성을 만들어낸다. 이번 글에서는 2025년 현재 실제로 운영 중이며, 겨울 시즌마다 군고구마를 활용한 디저트를 선보이는 전국의 대표 맛집을 소개한다. 서울의 트렌디 카페, 부산의 감성 디저트 라운지, 제주의 로컬 베이커리까지—겨울만 되면 향기로 가득한 공간들이다.

겨울 감성을 굽는 도시
서울은 트렌드의 중심답게 매년 겨울이 되면 ‘고구마 디저트 전쟁’이 시작된다. 성수동의 어니언은 매년 12월부터 2월까지 한정 메뉴로 ‘스위트 포테이토 브리오슈’를 선보인다. 촉촉한 브리오슈 반죽 속에 직접 구운 고구마 필링이 듬뿍 들어 있고, 위에는 카라멜 소스와 크림이 얹혀 있다. 따뜻한 커피와 함께 먹으면 입안 가득 고소한 단맛이 퍼진다. 무엇보다 향이 남다르다. 브리오슈를 자르면 달콤한 고구마 향이 퍼지고, 빵의 따뜻함이 손끝까지 전해진다. 어니언의 겨울은 이 메뉴 하나로 완성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익선동의 펠른카페는 ‘디저트의 온도’를 다루는 감각적인 공간이다. 겨울 시즌마다 등장하는 ‘군고구마 크렘 브륄레’는 따뜻한 크림과 달콤한 고구마가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디저트다. 표면은 얇게 캐러멜라이즈되어 바삭하게 부서지고, 그 아래로는 고구마 무스와 바닐라 크림이 층을 이루고 있다. 숟가락을 한입 넣는 순간, 따뜻함과 달콤함이 동시에 퍼진다. 유리창 밖으로 눈이 내리는 날, 이 디저트를 앞에 두고 앉으면 세상 모든 겨울이 한 컵의 커피와 한 접시의 달콤함 속에 담긴 듯하다.
연남동의 하이웨스트는 트렌디한 감성 카페로 유명하지만, 겨울에는 진심으로 ‘고구마 시즌’을 맞이한다. 대표 메뉴는 ‘구운 고구마 크로플’이다. 바삭하게 구워진 크로플 위에 고구마 크림과 시나몬 파우더가 올려져 있고, 따뜻한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그 위를 덮는다. 바깥의 차가운 공기와 달리, 디저트에서 느껴지는 온기는 부드럽고 진하다. 한입 베어 물면 고구마의 달콤한 향이 코끝을 스친다. 하이웨스트는 시즌마다 포토존까지 바꾸어 겨울 분위기를 완성한다.
바다의 겨울 향기를 담은 고구마 디저트
부산의 카페들은 바다를 배경으로 따뜻한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독특한 매력을 지닌다. 해운대의 웨이브온 커피는 매년 겨울 한정으로 ‘군고구마 라떼’와 ‘고구마 치즈케이크’를 출시한다. 라떼는 직접 구운 고구마를 곱게 갈아 넣어 진한 단맛과 고소한 향을 동시에 잡았고, 치즈케이크는 크림치즈와 고구마의 조합으로 묵직한 질감을 자랑한다. 해가 지고 난 뒤 바다 너머 불빛이 흔들리는 테라스에서, 손난로처럼 따뜻한 고구마 라떼를 들고 있으면 겨울 바다의 차가움마저 부드럽게 느껴진다.
전포동의 마마돈크는 ‘계절 디저트 전문점’으로 불릴 만큼 시즌마다 새로운 시도를 이어간다. 2025년 겨울 한정 메뉴로는 ‘군고구마 파이’가 있다. 버터 풍미가 가득한 파이 속에 촉촉한 고구마 필링이 가득 채워져 있고, 윗면은 설탕을 녹여 만든 캐러멜 시럽으로 마무리된다. 따뜻한 파이 위에 생크림을 얹어 함께 먹으면, 달콤함과 고소함이 입안에서 조화롭게 섞인다. 카페 내부의 조명은 어두운 톤이라 파이의 황금빛이 더욱 도드라지고, 창밖으로 떨어지는 겨울비까지 더해져 분위기가 완벽하다.
광안리의 트루왈츠는 루프탑 뷰와 디저트 모두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겨울 시즌에는 ‘군고구마 크럼블 타르트’가 인기를 끈다. 버터 크럼블이 고구마 무스를 감싸고, 위에는 마시멜로와 시나몬이 살짝 뿌려져 있다. 커피 한 모금과 함께 먹으면 고구마의 부드러움이 입안을 감싸며, 달콤한 여운이 오래 남는다. 바닷바람이 차가운 계절에도 트루왈츠의 창가석은 늘 따뜻하다.
자연 속에서 맛보는 고구마의 순수한 달콤함
제주는 고구마의 본고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한라산 자락에서 자란 제주 고구마는 단맛이 진하고 수분이 많아 디저트 재료로 완벽하다. 애월의 봄날카페는 겨울마다 ‘제주 고구마 라떼’와 ‘고구마 스콘’을 한정 출시한다. 라떼는 직접 구운 고구마와 제주산 꿀을 함께 갈아 넣어, 일반적인 라떼보다 훨씬 진하고 향긋하다. 스콘은 구운 고구마 조각이 박혀 있어 씹을 때마다 달콤한 향이 퍼진다. 바다를 바라보며 라떼를 마시면, 바람이 차가워도 마음은 포근해진다.
서귀포의 몽상드애월은 미니멀한 인테리어와 고급스러운 플레이팅으로 유명하다. 겨울 시즌 한정 메뉴인 ‘고구마 크림 브라우니’는 이곳의 시그니처 디저트 중 하나다. 진한 초콜릿 브라우니 위에 고구마 크림이 층을 이루고, 그 위에는 구운 고구마 조각이 장식되어 있다. 단맛이 지나치지 않아 커피와 함께 즐기기에 좋고, 달콤함 뒤에 남는 고구마의 구수한 향이 긴 여운을 남긴다. 몽상드애월의 창가석에 앉아 이 디저트를 맛보면, 겨울 제주의 차분한 공기와 완벽하게 어우러진다.
구좌읍의 브리드는 제주에서도 로컬 재료 중심으로 디저트를 만드는 카페다. 겨울에는 ‘고구마 크림 롤’을 선보인다. 부드러운 스펀지케이크 안에 고구마 퓌레와 크림을 가득 채워 돌돌 말아 만든 롤케이크는 보기에도 따뜻한 느낌을 준다. 브리드의 고구마 롤은 제주의 토양에서 자란 고구마만을 사용해 특유의 흙내음이 미묘하게 살아 있다. 한입 먹으면 고소한 단맛이 천천히 퍼지고, 은은한 바닐라 향이 뒤따른다.
겨울 한정 고구마 디저트가 특별한 이유
군고구마 디저트의 매력은 단순한 달콤함이 아니다. 그것은 ‘온도’의 기억이다. 차가운 겨울 공기 속에서 입안에 퍼지는 따뜻함, 손끝으로 전해지는 그 온도가 감정을 움직인다. 다른 계절의 디저트가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데 그친다면, 겨울의 고구마 디저트는 오감을 자극한다. 향, 온기, 질감이 조화를 이루며, 사람의 기억 속에 따뜻한 장면을 남긴다.
카페들이 매년 겨울마다 새로운 고구마 메뉴를 내놓는 이유도 단순히 시즌 마케팅 때문이 아니다. 고구마는 사람들에게 ‘집의 향기’를 떠올리게 하는 재료이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먹던 구운 고구마의 냄새, 손을 데일 듯 뜨거웠던 순간, 그 모든 감정을 디저트로 다시 불러오는 것이다.
겨울 한정 군고구마 디저트는 단순한 계절 메뉴가 아니다. 그것은 한 계절의 감정이 녹아든 한 입의 위로다. 서울의 어니언처럼 도시 속 따뜻한 감성을 굽는 공간, 부산의 웨이브온처럼 바다와 함께 고구마 향을 즐길 수 있는 장소, 제주의 봄날카페처럼 자연의 온기 속에서 단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 겨울의 따뜻함을 완성한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저녁, 창가에 앉아 군고구마 디저트를 한입 베어 물면 그 순간만큼은 세상이 잠시 멈춘다. 온기와 달콤함, 그리고 기억이 함께하는 시간. 겨울은 그렇게 커피 향과 고구마 냄새로 완성된다.